2023년 04월 15일 토요일 프랑스 일기.

tgv max를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날이다. 해는 07시가 되어야 뜬다. 10:03-12:23, 19:16-21:40로 예약했다. 앙굴렘은 한국에서 봤던 전시회 덕에 알게 된 곳이었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배경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혼자가는 것은 처음이라서 너무 설렜다. 막상 당일이 다가오니 덤덤하긴 했지만 말이다. Paris Montparnasse - (St-pierre-des-Corps) - (Poitiers) - Angoulême로 구성된 tgv였다. 어제 짐을 싸고 정리를 하느라고 늦게 잤다. 아침 07시에 기상해서 달달한 로투스 크레이프를 먹는 꼴이라니.

원래는 가방에 챙겨가려고 어제 밤에 미리 만들어서 냉동해둔 것이었다. 그냥 아침으로 먹었다. 우유랑 같이 먹었다. 배탈이 날까봐 걱정이 되긴 했다.

아침에 비가 조금 왔다. 물론 거리에 우산을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구글 지도 상으로 따라오니 여기였다. 되게 구석진 곳이었고 하마터면 못 찾을뻔했다. 사실 길을 계속 못 찾아서 막막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처음이기도 하고 긴장해서 일찍 도착했다.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었다. 나는 길치이기 때문에 항상 일찍 도착해야한다. 직원분께 여쭤봤는데 못알아들어서 영어를 하시는 분께 설명을 다시 들었다. 일단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은 알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물어보기는 하지만 때때로 못알아들어서 영어로 다시 설명을 듣기도 한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프랑스에 있고, 프랑스어를 할 줄은 아니까! 너무 길게 설명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라고 하셨다. 여기 앉아서 기다렸다가 전광판에 역번호가 나오면 그때 가면된다고 하셨다.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여기에 앉아있다가 전광판에 내 기차가 뜬 걸 확인하고 탑승구에 갔다. 큐알코드로 찍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내가 잘못된 곳에 태그를 하니 이곳이 아니라고 화면에 떴다. 되게 편리했다. 내가 알맞은 곳에 왔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2층으로 된 뗴제베였다. 엄청 좋아보였다.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본인의 자리라고 했다. 당황했다. 한국에서도 항상 자리를 못 찾던 나였는데 여기서도 역시나다. 알고보니 carriage번호를 확인안했던 것이다. 빨리 가서 제대로 앉았다. 무슈가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서 흔쾌히 바꿔드렸다. 프랑스어는 눈치껏 알아듣는다. 키보드로 글을 좀 쓰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배터리가 없었다. 이건 충전식도 아니고 건전지라서 방법이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목베게를 하고 잤다. 표 검사는 기차에 탄 지 약 1시간이 지난 뒤에 했다. 여권검사는 안 하셨다. 자다가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떴는데 세상에 날씨가 너무 맑았다. 아침에 비가 오기도 했고 날씨예보상으로는 흐려서 기대도 안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도 좋았다. 유채꽃이 굉장히 많았다. 노란색 꽃과 파란색 하늘의 조화를 보고 있으니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저 2개의 마을도 가보고 싶다. 창 밖으로 봤는데 굉장히 좋아보였다.

12:30에 도착했다. tgv 처음 타봤는데 시설도 좋고 충전기도 있고 책상도 있고 편했다. 연착은 없었다. 계획을 안짜서 뭐부터 해야할지 몰랐다. 나는 계획형인간인데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단 중심부로 가야할 것 같아서 구글 지도를 찾아보았다. 무슨 서점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내가 앙굴렘에 오다니!

길을 걷는데 콧물이 나왔다. 프랑스에 살다보니 콧물이 너무 많이 난다. 그 서점까지 가는 길은 예쁘지 않았다. 거리에 사람도 없었다. 강을 건너야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사람도 없어서 좋았다. 간혹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강가 아래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서점으로 목적지를 잡았기 때문에 그냥 패스했다.

서점에 도착했다. 박물관과 같이 있는 서점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앙굴렘의 중심지가 아니라 아주 외곽에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영화를 봤었는데! 이 영화가 잡지에 소개가 되었구나.



만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그래픽 노블을 구매하기도 했으니 좋아하는건가? 만화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느낌이 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만화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박물관이었다.

가끔씩을 제외하고는 변덕이 심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라는 번역 결과가 나왔다.

홍수 이후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다. 홍수가 아니라 감정의 소용돌이같은 의미인 듯하다.



나는 내 신체부위 중에서 손을 가장 좋아하고 손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에 손에 상처가 자주 생긴다. 주의를 해야겠다.

정말 살짝 앉아봤다. 공간감이 너무 좋았고 사람도 없어서 좋았다.

이렇게 매년 시상을 하는 듯했다. 앙굴렘은 만화의 도시라고 하던데 진짜다.

저 출판사는 자주 볼 수 있는 출판사인 듯하다. 이 만화책을 잠깐 봤는데 공포만화였다. 흥미로웠다. 일본 만화가 많았다.

이 박물관이 왜이렇게 외딴 곳에 있는걸까? 하지만 나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겹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근처에 있는 강가에 가서 사진도 찍고 아빠한테 사진도 보냈다. 처음으로 말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프랑스의 벚꽃은 정말이지 분홍색이다. 이 사진은 너무 마음에 든다. 마치 그림같다.

배두나 배우님이 나왔던 다음 소희. 앙굴렘에서도 상영하는구나!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약과처럼 생겼다. 그 강에 머무르면서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그곳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트럭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사람이 갑자기 많아져서 그냥 슈퍼에 갔다. 슈퍼가 있는 곳을 가니까 사람이 붐볐다. 쇼핑거리였다.

프랑스에도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했다.

너무 배가 고팠다. 저 아래에도 내려가 보고 싶었다.

util이라는 마트 브랜드를 처음보았다. 이게 되게 맛있어 보여서 구매해봤다. 맛있었다. 저 햄이 정말 맛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먹었는데 옆쪽에 있는 사람들이 괜시리 무서웠다.

카프리썬도 구매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빨대로만 되어있는데!

Le moulin des halles이라는 빵집에서 1.9e 주고 구매한 아몬드 크로와상이다. 프랑스에서는 굳이 빵집을 찾아보지 않는다. 그냥 눈에 보이는 곳이면 들어가는 편이다.

요즘에 아몬드 크로와상을 안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진짜 버터의 풍미가 진하고 바삭하고 맛있었다. 진짜 대박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편하게 먹고 맛있게 먹었다.

우리 대학교에도 이 문구가 붙어있다. (추후에 알렉시에게 물어보니 프랑스 경찰은 성범죄에 대해서 둔감하다고 했다. 어떤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을 가는 길에 성당을 발견했다. 프랑스에 와서 좋아하게 된 것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성당에 방문하기이다. 성당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도 신기했고, 항상 개방인 것도 신기하다.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이 빛깔은 인공적인 염료로 만들어졌지만 자연인 햇살의 도움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획득했다!


성당에 방문하고 나서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세면대 옆에 음료 자판기가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화장실이 눈에 보일 때 무조건 가야한다. 마감 30분 전에 이 곳에 도착했다. 내 목소리가 조금 작아서인지 직원분이 내 옆으로 오셨다. 30분이면 충분하지! 나는 오래 진득하게 보는 편이 아니다.

진짜는 아닌 것 같지만 크기가 압도적이라서 놀랐다. 신기했다. 이 박물관 이름은 그냥 앙굴렘 박물관이다.


사람이 없어서 약간 으스스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생각보다 규모가 꽤 있었다. 보자르 그림도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후딱 보았다.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전도 있었다. 그 사진작가의 정보가 있길래 발레에게 보내주었다. 발목은 안 아프고 발바닥이 찢어질 듯이 아팠었다. 프랑스에 와서는 데자뷰를 정말 많이 느낀다. 내가 예전에 꿈에서 꿨던 것들은 전부 프랑스에 와서 데자뷰로써 느꼈다. 이제는 그 사람때문에 슬프지 않다. 그치만 슬프고 싶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 준수라는 친구가 있었다. 평온한 공룡같던, 말과 행동이 느리지만 정확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던 친구였다. 초등학생들끼리는 무조건 성을 붙였는데 준수는 그렇지 않았다. 잘 지내려나? 프랑스에 와서는 꿈을 많이 안 꾼다. 불안할 때마다 꾸는 도망치는 꿈은 여전히 꾼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또 성당이 있었다. 한 번 들어가 보았다.


앙굴렘 대성당도 들어갔다. 벤치에 앉아서 오늘 하루를 만화로 그려보기도 했다. 벌레가 너무 꼬였다.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감사함을 많이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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