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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환학생/프랑스에서의 일기

9. 23/01/12 People in South Korea eating the dog? 라는 질문을 듣다.

by 이새녘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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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12일 목요일 프랑스 일기.

오늘의 아침 식사 중국 만두와 바나나 한 개

유산균과 비타민 씨. Franprix 에서 구매한 중국식 만두. 역시나 맛이 없다. 음식을 비싸게 주고 사도 다 못 먹는다.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라는데 왜 나에게는 음식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물가도 너무 비싸고. 도대체 다들 무얼 먹고 사는 걸까. 어제 더 글로리 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프랑스 화장실

도대체 여기 화장실은 왜 이따구로 생겨먹은 것이야? 그때 폴란드인 친구는 이 화장실에 대해 엄청난 욕을 했다. 변기커버를 한 군데도 설치해놓지 않는다. 그리고 세면대 물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인데 음 굉장히 구식이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서 화장실 물을 먹기 싫다. 이탈리아 친구들도 그냥 화장실 가서 물 떠온다. 나는 이것만은 절대 할 수 없다. 도대체 그 물을 무엇을 믿고 먹는지. 신기하다. 그들에게는 내가 신기하겠지.




유럽 사람들의 글씨체

한 친구는 글씨를 이렇게 쓰더라. 와우. 전혀 못 알아보겠다. 진짜 프랑스에 와서 또 느낀 것은 글씨체를 못 알아보겠다는 것. 한국에서도 필기체를 가르치는 것이 옳을까?




오늘의 수업

오늘 수업은 프랑스의 식도락. 하지만 시험을 쳤다. 아마도 나는 거의 빵점에 가깝지 않을까. 알고보니 이 수업은 성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약간 계절학기 느낌인 듯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모여서 다 같이 파리에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각자 알아서 오는 것이었다.




터키 친구가 사준 카페테리아 점심식사

정말 고마운 친구 터키친구. 왠지 지금 친구가 없으면 혼자 파리에 못 갈 것 같았는데, 친구가 눈치를 채고 같이 점심 먹을래? 라고 물어봐주었다. 여기 학교는 웃긴게 내 카드로 결제가 안된다. 꼭 학교 학생증에 돈을 충전해야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작동이 안된다. 그래서 결국 친구가 사주었다. 여기서 계좌이체하는 법도 모르는데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밥을 먹는데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나만 이렇게 힘든건가. 교환학생을 괜히 왔나. 프랑스어 공부 더 하고 올 걸. 영어권으로 갈걸. 웃으며 밥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우울한 생각을 했다. 동시에 독하게 마음 먹어서 내가 프랑스에서 자격증까지 따가고 말리라 라는 다짐도 했다.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었다. 고기는 후추 투성이었다. 푸딩은 이상한 맛이 났다. 너무 맛이 없었다.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옆에 앉은 어떤 사람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서 와서 너무 의존적인 사람이 되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아기가 된 기분이다. 학교 식당에서 밥하나 먹는 것도 이렇게 쉽지 않고. 방법도 다르고. 뭐가 이렇게 다 어려운 걸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도움은 커녕 괜히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민폐인 느낌만 든다. 도움을 청하는 걸 주저하지말라고 많이 말하는데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도움을 요청하는게 너무나도 힘들다. 혼자서 다 해야하는 것이라고 항상 다짐하고 생각하고 배웠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감자.

땅에서 난 사과 = 감자. 다행히도 다른 터키 친구와 파리에 왔다. 발표할 때 이 친구의 발음이 굉장히 좋지 않아서 나는 이 친구가 불어를 못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기에게는 이 수업이 너무 쉽다고 한다. 발음이 다가 아닌데 발음이 좋으면 잘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이 친구는 영어를 안 쓰고 불어만 썼다. 그런데 이렇게 오는 길에 쏘냐라는 이탈리안 친구도 만났다. 얼굴을 알고 있어서 인사하고. 알렉산드라도 봤다. 오스트리아 친구. 쏘냐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지하철 타고 오는데 갑자기 중심을 잃어서 뒤로 쫙 밀려났다. 다행히 쏘냐가 잡아주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음식을 못 먹고 다녀서 그런가 요즘 몸에 힘이 없나보다. 여기 운동시설을 등록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너무 허약한가보다. 몸도 마음도. 지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것 같다. 우울하다가도 기쁘다가도 울고 싶다가도 웃고 싶다가도 하루에도 오락가락한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냥 내가 너무 싫고 무능력한 것 같다.




파리

알고보니 여기와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역시 불어를 못하니까 문제가 많구나. 친구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알렉산드라는 내가 말걸면 질문을 안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친구. 진짜 웃긴게 이 좁은 길에 20명의 학생들이 길막하고 있었는데 이 인간들은 비킬 생각을 안한다. 심지어 선생님은 나오라고 하지도 않는다. 선생님 앞에서 담배피고. 선생님께 종이 줄 때도 한손으로 주고. 선생님께 질문할 때 턱을 괴고, 몸을 뒤로 젖히거나 한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보니 이것들 모두 참 재미있다. 그런데 유럽 담배가 덜 역한 것 같다.




프랑스 서점
프랑스 장식 상점

정말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와 친구가 되었다. 대화가 엄청 잘 통했다. 대화를 오래했다.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가 같이 놀자고 해주었다. 정말 기뻤다. 그리고 이 친구에게 내가 북한에 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이 친구는 다른 크루즈에 사는데 정말 좋은 곳이었다. 키친도 있고. 벙커침대도 아니었다. 20-21시에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이 친구랑은 꼭 베프가 되어야겠다.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친구. 그림도 좋아하고. 나보다 한 살 많아서 신기했다. 되게 어리게 봤는데. 간혹 나이를 묻는 경우가 있다.




파리

그런데 다른 이탈리안 친구가 있는데 정말 당황스러운 질문을 했다. 너 여기에 왔으니 되게 다르지?를 시작으로 해서 한국인들은 개 먹잖아? 이러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물어보았고, 다른 이탈리안 친구는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말이 잘 안나왔다. 아예 안 먹는다고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되었다. 그래서 그냥 되게 옛날에 그런 적이 있다고 하고. 나는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 안먹는다고 했다. 이렇게 말했더니 다행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화 이후 당혹스러움이 지워지지 않아서 그 뒤로 영어가 잘 안나왔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것이 당연할텐데. 그 친구에게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아는데. 그냥 설명해주면 되는 것인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그저 개를 먹는 충격적인 민족으로만 여겨졌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을 거의 다 같은 나라로 여기는 듯 했다. 말할 때마다 중국의 ~ 몰라? 일본의 ~ 몰라? 이런 식으로 가끔 묻는 친구도 있었다. 한국이 한국어를 쓰는 지 모르는 사람도 꽤 있다. 정말 충격적이다. 그리고 한국 가족들은 좀 스트릭트하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 우리 가족에 있어서는 해당이 되기에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유럽 사람들은 가족간의 결합이 대단한 듯했다. 되게 부러웠다. 오늘은 정신적인 데미지가 조금 큰 날이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만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하면 걱정을 끼치게 되는 걸. 프랑스에서 정말 별 경험을 다 한다. 프랑스에 오니 힘든 것이 많다. 나는 도대체 왜 프랑스에 온 것일까. 프랑스어도 잘 못해서 수업도 못 따라가고 친구들에게 매일 도움만 요청하고.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보답을 다 해줄 수도 없고. 왜 이럴까. 학기 시작하면 나는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그땐 프랑스어 수업이 아니라 그냥 프랑스어로 수업을 배우는 것이니까.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 너무 힘들다. 돈은 돈대로 들고, 돈은 없고.





오늘의 저녁

두통이 너무 심했다. 아무래도 오늘 담배 연기를 너무 많이 맡아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내일 프랑스어로 발표를 해야한다. 이 수업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다음 주는 개강이다. 교환학생을 오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좋은 점을 찾아보다. 일단 학교에서 매우 가까운 기숙사에 당첨되었다. 아직도 기숙사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다. 따뜻한 물이 잘 나온다. 프랑스에 오니 잠이 잘 온다. 기숙사에서는 와이파이가 매우 잘된다. 사람들이 항상 문 잡아주는 것에 진심이다. 알렉상드라랑 같이 지하철 갔는데 표가 작동이 안되었다. 물론 그 친구는 먼저 갔다. 다시 사서 갔는데 길을 못 찾았다. 다행히 찾아서 내렸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비오는 날 우산 같이 씌워주었던 오마르를 만났다. 서로 긴가민가했다. 그 친구 덕에 나올 수 있었다. 그 친구가 프린트하는 것도 도와주었다. 왜 내표는 오늘 작동을 안한것일까. 괜히 오해받아서 벌금낼까봐 도움요청벨을 못눌렀었는데. 왜 여기서는 모든 게 다 어렵고 부정적이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왜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걸까. 그래도 좋은 점? 말하기 싫은 거 있으면 외국인이라 못 알아듣는 척하면 된다. 어디까지가 선행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을 잘 못 믿겠다. 정말 힘들다. 사실 오늘 기쁜 순간도 되게 많았는데 담배연기와 함께 정신적 충격과 함께 내 기억이 다 날아가버렸다. 다음주부터 더 힘들텐데. 지금 시간표도 정립이 안되었고,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데 혼자서는 할 수가 없는 일들이 많아서 스트레스 받는다. 방법은 내가 프랑스어를 죽기살기로 공부하는 법 뿐일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 세탁을 한 번 하려면 7천원을 내야하므로 세탁은 자주 안하기로 했다. 여긴 해가 일찍 저물어서 17시만 되면 긴장된다. 학교가 어둡기도 하고. 이제 정신 차리고 내일 발표 자료 만들고 기운을 내보자. 프랑스에 왔으면 프랑스어 공부열심히 하면되지. 그거 바라고 온 거 잖아. 너 이제 추가학기 확정이니까 그냥 마음 편히 불어 공부하다가 한국가. 그래. 힘을 내자고. 내일은 나비고 카드를 만들어야겠다. 나를 도와준 귀네스에게 음료라도 사주어야겠다. 고맙다는 말을 더 열심히 하자. 내가 가진 것이 있으면 나누어주고 싶은데 가진 것이 없어서 슬프다. 나도 친구들에게 밥을 많이 사주고 싶다. 좋은 물건도 막 나눠주고 싶다. 햇반과 장조림은 딱 하나가 남아있다. 이걸 내가 먹을 수 있을까. 한국마트도 가야하는데. 그래도 나 오늘 혼자서 지하철 타고 왔다. 마지막에 삐끗했지만. 다들 어떻게 다들 잘 사는거지. 나만 이런걸까. 빨리 조명이나 사야지. 이놈의 기숙사는 왜이렇게 어두운거야? 장난해? 도대체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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